선우가 한바탕 경고를 던지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1층으로 내려간 뒤, 도하는 화를 식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건으로 대충 물기를 닦아낸 뒤, 절뚝이는 발을 이끌고 욕실에서 나오자 바닥에 널브러진 유리조각들이 보였다.

"감정 하나도 조절 못 하는 등신,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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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흥분하고, 금방 울고, 제멋대로 날뛰어대는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도하.

그녀는 유모를 또 귀찮게 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엉망진창이야."

인생에 주선우 하나 끼어들었을 뿐인데.

그가 사라졌을 때만큼이나 엉망진창이었다.

아버지가 대체 왜 그를 다시 불러들였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선우를 부정했지만 그만큼 더 강하게 그의 존재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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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한숨을 내쉰 도하는 벽에 기대어 있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남들이 한 걸음 걸을 때 반걸음을 걷게 된 그녀는 아주 천천히 방을 나섰다.

넘어질까 조심하며 계단을 내려가자 부엌 쪽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제나 도하의 걱정만 하던 유모가 오랜만에 말동무가 생겨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휴, 내가 해도 되는데."

"같이 하면 빠르잖아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만히는 못 있네요, 우리 주 실장."

"그래서 일복이 많은가 봐요."

선우는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로 유모가 건네주는 그릇을 식탁 위에 정갈하게 올렸다.

정말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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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힘들었던 이별의 순간은 그의 우는 얼굴, 소리 없이 밀어내는 손길만 기억에 남았는데 아무렇지 않게 웃는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면서도 괜히 슬퍼졌다.

"아! 전무님, 내려오셨어요?"

멍하니 선우의 웃는 얼굴을 보던 도하는 유모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