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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에서 학생들을 만난 지 5년이 지나간다. 동네를 다니다보면 몇 해 전 조그맣던 아이들이 훌쩍 자라 나보다 한 뼘은 더 자라 성큼성큼 다가와 제법 어른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일도 이따금 생긴다. 순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한 채 어색한 안부만 주고받을 때도 있다. 헤어지고 나서야 아이의 이름이 번쩍 떠올라 한번 불러주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다. 그런데 전혀 떠오르지 않는 아이는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 교사에게 학생은 각별한 의미이긴 한가 보다.
학교는, 교실은 만남과 헤어짐이 무수히 반복되는 공간이다. 학생들에게는 조금 더 자라고 발전하여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곳이면서, 교사에게는 피터팬의 네버랜드처럼 아이들이 무한히 어린 시절을 반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최은경월송분교장 교사 |
3월, 어색한 첫 만남으로 시작하는 인연은 다음 해 2월이 되면 아쉬움과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게 된다. 어떻게 일 년을 꾸려나갈지……. 무거운 책임감으로 막막한 마음 반,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설렘 반으로 잠 못 이룬 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었다. 지금은 우리 반 학생들이지만 내년에는 과거형이 되고 지금과는 다른 관계가 될 것이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많지는 않은 것이다. 서운한 것은 없었는지 더 줄 것은 없는지 고민하며 한 명 한 명 지긋이 바라보면 “선생님, 왜 저 쳐다봐요?” 물어보는 아이들. “예뻐서.” 하면, 배시시 웃는 것이 아쉬운 내 마음을 더 콕콕 찌른다.
정이 깊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도, 사계절을 함께 한 학생들을 떠나보낼 때는 울컥하는 마음이 든다. “선생님 만나면 꼭 인사해라.” 부탁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못 본 척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 섭섭한 마음이 들면서도, 부끄러워 선생님께 인사 건네지 못했던 나의 사춘기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럴 수도 있지.’ 싶기도 하다. 다음에는 내가 먼저 크게 이름을 불러야겠다, 내가 기억하는 추억을 이야기해줘야겠다 생각한다. 그러면 또 그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내가 2015년을 3학년 가르칠 때, 2014년은 6학년 가르칠 때로 기억하듯, 아이들은 3학년, 6학년 시기를 ‘최은경 선생님 반일 때’로 기억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그 추억을 평생 가지고 갈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다. 아이들이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잠 못 이루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도 나를 원망하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는 선생님이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마음에 남은 소소하지만 좋았던 일들, 고맙다는 편지 한 통, 길에서 만난 제자의 따뜻한 인사, 어른스러워진 모습은 오래오래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한다.
제자를 잊는 선생님은 없다. 기억하지 못할까봐 쑥스러워 못 본 체 하지는 말자. 인사 나누자. 그것이 사람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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