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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절벽 꼭대기

  • 최민수
  • 20-01-03 09:40
  • 조회수 781

더할 나위 없게도요, 아빠, 그 제안은 제게도 참 매력적이었어요!

정말 흔들릴 뻔 했어요.

만약 저비스 도련님이 그토록 독재자적으로 나오지만 않았어도, 전 넘어가고 말았을 거예요.

제가 망설이자, 차근차근 저를 설득하시는 게 아니라, 명령조로 나오시잖아요.

저보고 바보 멍청이 불합리하고 돈키호테 같고 멍청이 중에 멍청이며 이보다 더 고집쟁이일 수 없는 완전 고집쟁이 아이라며 ㅠ_ㅠ 앞의 몇몇 단어들은 제게 어울릴지 몰라도 대다수는 저를 비겨가는 말들이에요. 하긴 제가 생각해도 제겐 좋은 부분이 없는 걸요.

전 지금 다른 누군가의 판단이 간절해요.

전희 거의 다투다시피… 아뇨, 다툰 게 아니라 정말로 싸우고 말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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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은 얼른 짐을 꾸려 여기(과외 해주기로 한 별장. 별장이름인 ‘매그놀리아’임. 메그놀리아는 ‘목련’이란 뜻임)로 건너와 버렸어요.

급한 불부터 피하자고 일단 건너오긴 했는데, 그래서 아저씨께 쓰던 편지도 마무리 짓지 못했던 건데, 아 ㅜ_ㅜ 이젠 재만 남았겠죠.  

저 지금 ‘절벽 꼭대기’에 있어요. 진짜 절벽 꼭대기가 아니고요, 패터슨 부인의 별장 이름이 ‘절벽 꼭대기’에요.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부인이요.

제 짐도 다 풀었고요, 그리고 작은 딸 ‘플로렌스’(여자이름. 부인의 작은 딸)는 이미 벌써 ‘라틴어 격변화’(문법이름. 격에 따라 명사의 앞뒤 모양이 바뀌는 거)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과외가 생각보다 고될 수 있겠어요!

플로렌스(작은 딸)가 너무 버릇없는 아이라서요. ㅠ_ㅠ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칠 참이었는데… 얘는 지금껏 ‘아이스크림 소다수’(사이다 같은 거?) 먹을 때 말곤 한 번도 무언가에 집중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아이예요.

절벽 꼭대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희는 공부방으로 절벽의 조용하고 외딴 곳을 사용하고 있어요…

패터슨 부인은, 제가 그녀의 딸들을 데리고 야외에서 공부하길 원해요… 그래서 제가 말하려고요, 눈앞에 푸른 바다와 배들이 넘실대며 지나가는 마당에 무슨 공부냐고! 

여기선 제가 외국 땅을 항해하는 낮선 선원이 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라틴어 문법에만 집중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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